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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LV 지갑의 그녀(얀데레 그녀),

우리는 주말을 원한다 2024. 1. 1. 01:17

(1)

나는 택시에서 지갑을 주웠어.

물론, 처음부터 그러려고 하진 않았지. 왜냐하면 요즘 세상에 괜히 남의 물건에 손을 대었다가 ‘점유물이탈횡령죄’로 협박당할 수도 있는 거거든?

그런데 지갑이 딱 봐도 여자 거더라고. '혹시 이게 인연이 되어서 그녀와 사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퍼뜩 드는 거야. 솔로가 된 지 오래라 좀 외롭긴 했거든.

나는 LV로고가 박혀 있는 갈색 지갑을 펼쳐봤어. 그곳에는 약간의 돈과 카드가 있더라.

개인정보가 있지 않을까 살펴본 나는(찾아주려면 전화번호라도 알아야 하니까) 지갑 한쪽에 명함이 꽂혀 있는 걸 발견했지.

딱 봐도 그건 지갑 주인의 것이었는데, 아니라면 뭉탱이로 있을 필요는 없는 거잖아.

나는 바로 명함을 꺼내서 살펴봤어.

‘S전자 대리 A양.’

나는 그걸 보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는데, 대리 직급이면 아무리 못해도 내 또래라는 거니까.

나는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어.

(2)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그녀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걸걸했어. 예쁠거라고 멋대로 상상한 게 내 잘못이지, 뭐.

나는 조금 실망했지만, 지갑이라도 찾아주자는 마음으로 대화를 이어나갔지.

“저… 지갑을 주워서 그런데요.”

“꺄하하! 진짜요?”

그런데 그녀는 지갑이 잃어버린 게 걱정되지도 않았는지 쾌활한 목소리로 받는 거 있지. 그렇게 나오니까 그녀가 ‘여자’로서가 아니라 ‘사람’으로서 궁금해지더라.

어쨋든 나는 그녀와 만남 약속을 잡았어. 다행히도 그녀가 있는 곳은 내가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어.

내가 먼저 도착하는 바람에, 나는 XX카페 앞에서 그녀를 기다려야만 했지. 춥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난다는 게 덜덜 떨리더라고.

물론, 그녀에게 지갑을 건네주고 끝일 일이겠지만 말이야. 내 삶이 로맨스 영화는 아니잖아.

그러고 잠시 있으려니, 얼마 안 있어서 그녀가 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어.

(3)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왜, 당근할 때 그 느낌 있잖아. 그게 팍 오더라고.

A양은 걸걸한 목소리에 비해 아담한 체격이었어. 귀염 상이라 해야 하나?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녀에게 LV 지갑을 내밀었어. 그녀는 그것을 받고는 감사하다고 말했지. 보통 같았으면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을 거야. 그런데 그녀의 성격이 그렇게 되지 않게 하더라고.

“차 한잔이라도 사드릴까요?”

A양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 웃으며 내게 말했어. 극E스러운 기세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지.

마침 우리가 있는 곳은 XX 카페 앞인 터라 다행히 멀리 가지 않아도 되었어. 우리는 그곳에 들어간 후, 커피를 주문했어. 그런데 이게 또 골때리더라고.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아.아를 시키는데, 그녀가 갑자기 내 등을 ‘팍!’하고 세게 치는 것 있지!

“얼죽아시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꺄르르’ 웃어 대었어.

(4)

모르는 사람을 때리다니, 충분히 정색할 만한 일인데도 기분이 하나도 나쁘지 않더라.

“겨울에 얼죽아 몰라요?”

그리고 그것은 어색함을 깨는 데도 효과적이었어. 덕분에 나는 A양에게 농담을 던질 수 있었지.

“그럼, 저도 아.아요!”

그녀가 주문을 마치고, 우리는 자리에 앉았어. 그리고 나는 마치 라디오를 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 그녀가 재잘재잘 떠드는 데, 와, 쉴 틈이 없더라.

그녀는 주로 그 LV 지갑에 관해서 얘기했는데, 내용은 대충 이래.

그건 전남친이 사준 건대, 그는 개자식이었고, 그래서 그걸 버리려 했대. 그러던 차에 그걸 잃어버려서 후련했었는데, 또 돌아와서 이게 뭔 장난인가 싶다고…

“그러면 지금 남친은 없어요?”

“어머, 저한테 플러팅 하시는 거에요?”

실수했다 싶었는데, 다행히 그녀는 내 말을 아무렇지 않아 했어. 그런데 그녀는 정체 모를 미소를 짓더니 거기에 말을 하나 더 덧붙였지.

“지금은 없어요.”

(5)

나는 A양의 말에 혼란을 느꼈어. 그냥 하는 소리인가? 아니면 무슨 의도가 있는 건가?

만약 그렇다 해도, 나는 급발진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 그래서 그녀를 살짝 당겨보았지.

“그럼, 우리가 친구로 만나는 건 문제 없겠네요?”

너무 가깝지도, 멀지 않게. 호감이 있다고 드러내면서, 더 알아가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아.

“친구? 좋죠!”

그녀의 비글다운 성격 덕분인지, 생각보다 쉽게 그러자고 하더라고. 방금 보았지만 그녀가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지.

우리는 XX 카페에서 대화를 좀 더 한 뒤, 다음에 만나자고 한 다음 헤어졌어. 집으로 돌아오는데, 심장이 두근거리더라. 아마도 새로운 만남 때문에 그랬나 봐.

나는 잘 들어갔냐고 A양에게 카톡을 넣었고, 다행히 그녀는 읽씹하지 않고 내게 답장을 해주었어.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우리는 밤새 통화하는 사이가 되어 있었어.

(6)

나는 그 이후로 A양과 자주 데이트했어. 그리고 집에 가면 서로 몇 시간씩 폰을 붙들고 얘기를 나눴지.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사이는 더 가까워졌어. 아마 친구 이상 연인 미만쯤 되지 않을까?

그런데 이상한 건 그럴수록 그녀가 점점 나를 구속하려고 한다는 거야.

“이제 끊을까?”

“안 돼. 더 놀아줘.”

이런 거 말이야. 물론, 별것 아닌 투정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싸한 느낌이 들었어. 그녀는 마치 분리불안 상태인 강아지 같았지.

하지만 그때는 그냥 ‘나를 좋아해서 그런가?’ 생각하고는 그것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어.

큰 실수였지. 사람이 잘못된 판단으로 인생이 어긋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때는 미처 몰랐던 거야.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어. 고백해야 하는 순간 말이야. 하지만 나는 딱히 떨리진 않았어.

우리에게 있어 고백은 관계를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했으니까.

당연히 고백은 성공했고, 우리는 커플 1일차가 되었지.

(7)

A양은 그때부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어. 자기 것이라는 도장이 찍히자마자, 그녀는 나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 했지.

나에게 프라이버시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어. 연인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감시 앱을 쓰는 것도 그 범주에 속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녀는 혹시 내가 다른 여자를 만나지는 않을까 봐 내 통화 내역과 카톡 메시지가 그대로 자신의 폰에 복사되는 앱을 내 폰에 설치했어.

나는 그게 싫었지만 그때까지도 사랑 때문에 그런 줄 알았지.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어. 내가 사무실의 여직원과 대화를 주고받을 때마다, 그녀가 전화를 걸어왔거든.

“누구야?”

나는 그녀에게 일일이 설명을 해주어야 했어. 당연히 사무실 내에서 소문도 이상하게 났지.

그게 얼마나 스트레스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 나는 그것 때문에 그녀와 많이 다투었어. 

“나를 사랑하지 않아?”

하지만 그런 식으로 나오니까 뭐라 할 말이 없더라고.

(8)

우리 관계는 시작부터 삐걱대기 시작했어. 하지만 나는 쉽게 헤어질 생각을 못 했는데, 그것만 제외하면 A양은 여전히 활발하고 재밌는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I 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녀의 그런 모습은 꽤나 매력적이었거든.

게다가 집착과 사랑은 한 끗 차이라고들 하잖아? 조금 잘못되긴 했지만, 이게 그녀의 사랑 방식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결국 나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그녀에게 완전히 질려버리게 돼.

그것은 정말 우연한 계기로 인하여 일어났어. 나는 A양과 데이트 중이었지. 그런데 그때, 여사친인 B양을 거리에서 만나게 된 거야.

“오랜만이네. 어라? 여친이야?”

“응. 소개할게. A양이야.”

“안녕하세요?”

“아, 여기는 친구인 B양…”

나는 그렇게 말하다가 깜짝 놀랐어. 그녀의 눈빛이 완전 싸늘했거든. 마치 바퀴벌레를 본 것처럼. A양은 B양을 보며 코웃음만 치더라고.

(9)

“그래서? 그걸 내가 알아야 해?”

그녀가 뱉은 한마디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었지. 그 말에 B양은 어이가 없었나 봐.

“네? 뭐라고 했어요?”

하지만 A양은 B양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나를 잡아 이끌었어.

“그냥 가자.”

그러면서 내가 제 것이라는 것을 알리려는 듯, 내 팔이 가슴에 파묻히도록 내 몸을 자신에게로 당겼지.

“어… 다음에 봐.”

나는 어쩔 수 없이 B양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어. 이게 끝이냐고? 당연히 아니지. 여기엔 뒷얘기가 있어.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정말 우연히도 그녀의 폰을 보게 돼.

“암캐 년아 내 남친한테 꼬리 치지 마라.”

그리고 나는 그것에서 그녀가 내 친구 B양에게 보낸 톡을 볼 수 있었어.

당연히 A양과 B양은 한바탕 싸웠지. 그리고 그것은 A양의 마지막 말로 끝나게 돼.

“죽여버린다.”

(10)

나는 그때부터 그녀를 슬슬 피해 다녔어. 느낌이 싸했거든.

그렇지만 안 그래도 나를 집착하는 A양이잖아? 내가 그럴수록 그녀는 나를 더 구속하려 했지.

그래서 나는 폰을 하나 새로 샀어. 그녀의 감시 앱이 깔리지 않은 것으로. 하지만 그걸로 그녀에게서 벗어났다고 생각한 건 오산이었지.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그녀는 나에게 톡을 보냈어.

“뭐해? 어디야?”

답장하려고 하다가도, 그녀의 말이 생각나서 도저히 그럴 수가 없더라. 그러니까 이제는 전화가 걸려 오더라고. 당연히 나는 받지 않았지.

“(전화)왜 안 받아?(전화)보고 싶어(전화)어디야?(전화)내가 싫어?”

그녀는 전화와 톡을 수십차례 하면서 나에게 연락을 시도했어.

하지만 내가 그것에도 반응하지 않자, 이제는 내 원룸에까지 찾아오기 시작했어.

“띵동, 띵동.”

“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띵동.”

점점 가팔라지는 초인종 소리에, 나는 이불 속에서 귀를 틀어막았어.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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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A양은 내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니까 1초마다 톡을 보내오더라고.

이런 상황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해? 잘은 모르겠지만 문을 여는 것은 아니겠지.

그래서 나는 폰을 아예 꺼버리고는 귀에 이어폰을 껴서 음악을 들었어. 그녀의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까 좀 편안해지더라.

잠시 후, 나는 그녀가 갔나 싶어서 살며시 이불 밖을 빠져나왔어. 그녀는 지친 모양인지, 문밖에 인기척은 없었어.

나는 이만하면 그녀도 알았겠지 싶었지만, 그건 내 착각일 뿐이었어.

다음 날, 나는 출근을 하자마자 택배를 받았어. 나는 순간 그녀가 보낸 것임을 직감했지. 그래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나는 그것을 열어보았어.

그런데 상자 안에 뭐가 있었는지 알아? 바로 나를 찍은 사진들이야.

어디서 촬영한 건지, 내 일상생활이 찍힌 사진이 수십장이 있었어.

그녀는 그동안 나를 스토킹 해왔던 거야. 무섭지 않아? 대체 누가 이 정도까지 해?

(13)

나는 그렇지만 더는 도망가지 않았어. 왜냐하면 내가 확실히 끊어내지 못한 잘못도 있었으니까.

답을 주지 않으니 A양이 계속 그러는 것 아니겠어?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연락했지.

“만나자.”

우리는 처음에 만났던 XX카페 앞에서 다시 보게 되었어. 그녀는 나를 보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강아지처럼 펄쩍 뛰면서 좋아하더라.

“자기~ 내가 보구 싶어써?”

그녀는 애교 섞인 콧소리를 내면서 나에게 달라붙어 왔지. 하지만 나는 그녀를 냉정하게 밀어냈어.

“우리 인제 그만 헤어지자. 이 말을 하려고 보자고 한 거야.”

내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그녀가 울먹거리기 시작했어. 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겠지.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를.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애써 무시했던 거야.

“나를 버리지 마!~!”

그런데 그녀가 주저앉아서 펑펑 울기 시작하는 거 있지?

나는 화를 내면서 덤벼들 줄 알았는데, 내 예상과는 다르더라고.

(14)

“저 남자 뭐야? 왜 여자를 울려?”

주위의 따가운 시선도 있고 해서, 나는 A양을 다독이면서 카페 안으로 들어갔어.

그러고는 그녀를 진정시키려고 이번에는 아.아 가 아닌 따뜻한 뱅쇼를 주문했지. 그것을 그녀에게 건네니까 훌쩍거리면서 마시더라고.

그녀가 그렇게 나오니까 나도 마음이 약해지더라. 어쨌든 나는 그녀에게 지금까지 내가 느꼈던 점을 말했어.

“미안해.”

그녀의 말에, 나는 뒤통수를 세게 한 대 얻어 맞은 느낌이었어. 그녀가 그렇게까지 말할 줄은 몰랐거든.

내가 놀라워하는 사이, 그녀는 내가 몰랐던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어.

우리를 만나게 해줬던 LV 지갑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사준 전 남친에 대해서.

그녀는 처음에 그가 개자식이라 했었는데, 얘기를 들어보니 그는 개새끼란 말로도 부족하더라고.

그는 그녀의 첫 남자 친구였는데, 안타깝게도 그녀는 그에게 잔인하게 이용만 당하다가 버림받았다고 해.

(15)

A양의 전남친은 바로 나쁜 남자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었지. 그렇지만 그녀는 헤어진 뒤에도 쉽사리 그를 털어내지 못했어.

애증의 상대라고 볼 수 있겠지. 그래서 LV 지갑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내가 나타난 거야.

그녀는 내 첫인상이 착해 보였대. 그리고 만나 보니 실제로도 그랬고. 그래서 자신한테 상처를 주지 않을 것 같았다는 거야.

그럴수록 욕심이 났고, 더욱더 헤어지기가 싫었대. 그리고 그 결과는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되겠지.

나는 그녀의 말을 들은 뒤 긴 한숨을 내쉬었어. 어쨌든 그녀 자신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잖아.

하지만 이대로 아무 일도 없던 척 만날 수는 없었지. 그래서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는 밖으로 나갔어. 그러고는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갔지.

정신과로 말이야.

그녀는 당연히 그것을 거부했지만, 나는 그녀를 설득했지. 다행히도, 그녀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어.

(16-끝)

지금 A양은 건강한 상태야. 더는 얀데레 같은 짓도 하지 않지. 그리고 그놈의 LV 지갑은 진작에 갖다 버렸어. 이제는 필요가 없으니까.

나랑은 어떻게 되었냐고?

물론, 헤어졌지.

하지만 우리는 좋게 끝났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기도 해.

과거와 작별하려면, LV 지갑과 관련된 나는 사라지는 편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야.

아니면 그게 트리거가 되어서 계속 안 좋았던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거든.

단순한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해.

한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겠어? 그녀가 성장하는 데 좋은 밑거름이 되었다고 치지, 뭐.

계절도 봄이 된 만큼, 나는 그녀가 좋은 사람을 만나 새출발했으면 바라.

사람으로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하는 게 최고잖아. 그런 너를 멀리서나마 응원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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