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무서운 이야기,

‘밤 12시에 13개의 촛불을 켜놓고 4명이 모여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귀신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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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학교에 내려오는 소문을 검증하기 위해 부실에 모였다. 그렇다고 오컬트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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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과학부로써 그런 이야기가 나도는 꼴이 보기 싫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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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저거 막 살아서 움직일 것 같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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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이 장난스럽게 인체모형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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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우니까 그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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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이 많은 수희가 덜덜 떨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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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무 시끄럽게 떠들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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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인 채은이 그들을 나무랐다. 그러는 사이, 시계는 어느새 12시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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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간이 되었으니 바로 시작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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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말하며 미리 준비해 온 촛불에 불을 붙였다. 하나, 둘, 셋… 모두 열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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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은 만들어졌고, 이제 네 명이 각자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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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누구부터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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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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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내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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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이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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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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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동진이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를 할지 기대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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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밤이었어.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데, 문득 옆을 보니 아까는 없었던 과일 그릇이 놓여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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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갖다 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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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엄마가 갖다 놨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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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이 채은의 말에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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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 무서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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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이 동진을 핀잔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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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사실은… 그때 19금 영상을 보고 있었거든. 무섭지 않아? 그 모습을 엄마가 봤다는 얘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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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에 그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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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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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켜놓은 촛불 몇 개가 ‘훅’하고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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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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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가 놀란 듯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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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바람이 분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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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거 같아. 그것도 무서운 이야기로 치나 본데? 그럼, 소문이 사실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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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이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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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다음은 내가 할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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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가 손을 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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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니에게 있었던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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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신입이었을 때, 일이 많아서 야근했대. 그런데 그날따라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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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보통 몇 명은 사무실에 남는데 그날은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먼저 가버렸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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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이상한 마음에 집에 가려고 일어섰지.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또각또각’하는 하이힐 소리가 들리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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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나 봐. 무서워서 막 복도를 뛰어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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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하이힐 소리도 같이 ‘따다다다다다.’ 거리면서 언니에게 달려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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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언니는 도망치다가 경비원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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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아까 있었던 얘기를 했더니 경비원이 ’아, 또 나왔네.’ 하고 말하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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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불륜을 저지르다 자살한 여직원이 죽은 날만 되면 나타나서 ‘같이 죽자!’라고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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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날, 사무실에 아무도 없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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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의 말이 끝나자 촛불이 또 꺼졌다. 그들은 서로 가만히 눈치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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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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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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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우리 할머니의 어릴 적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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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사는 곳은 읍내에서 좀 떨어진 곳이어서, 시장에 가려면 멀리 걸어가야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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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시장에 갔다가 집에 오는데 해가 지더래. 그날따라 달빛도 보이지 않아서 할머니는 조심히 길을 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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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정도 왔을까? 멀리서 희끄무레한 것이 보이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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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잘못 봤나 싶어서 다시 봐도 분명 그곳에는 하얀색 물체가 있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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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여우의 장난인가 싶어서 그것을 무시하고 가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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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때, 그곳에서 할머니의 엄마 목소리가 들리더래. ‘이리 오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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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엄마가 마중 나왔나 싶어서 반가운 마음에 막 뛰어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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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두운 밤이어서 발을 잘못 디뎌 고랑으로 떨어졌고, 그 바람에 다리를 다쳐 더는 가지 못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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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다행이었지. 알고 보니 그것은 ‘흉내내기’로, 친한 사람인줄 알고 가까이 가면 잡아먹는 귀신이라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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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의 말이 끝나고 또다시 촛불이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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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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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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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교에 과학부가 있었어. 학생들은 과학을 너무나도 좋아한 나머지, 학교에서 소문으로 떠도는 이야기가 정말인지 검증을 하고 싶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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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그거 우리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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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은의 말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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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수도 있고. 어쨌든 그들은 촛불을 켜놓고 무서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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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 사람씩 무서운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촛불이 꺼져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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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계속 이야기를 해나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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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학생의 차례가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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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깐 말을 멈춘 후, 다른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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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거 알아? 옆에 있는 인체모형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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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인체모형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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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봐. 그게 오늘 오기로 했던 도현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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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곧 그 말의 의미를 깨닫고는 비명을 질러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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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과 동시에 촛불이 모두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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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생긴 ‘나’는 킬킬거리며 웃어대었고, 인체모형이 된 나는 그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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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그거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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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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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과학실에 인체모형이 늘어났다는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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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왜? 학교에서 더 사서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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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그게 아니래! 그 실종되었던 네 명의 학생들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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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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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학생들이 인체모형이 된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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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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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진짜라니까? 자세히 보면 그 학생들하고 인체모형하고 쏙 빼닮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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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야? 우리 한번 보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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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그걸 선생님들이 께름칙하게 여겼는지? 그걸 다 치워버려서 이제는 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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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시시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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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있잖아, 내가 재밌는 소문을 하나 알아 왔지. 한번 들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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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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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에 13개의 촛불을 켜놓고 4명이 모여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인체모형이 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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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나도 들어봤어. 그 이야기가 진짠지 궁금하네. 우리 애들 불러서 한번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