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영애는 살고 싶어!

내가 악덕영애가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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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악덕영애물을 좋아하긴 했지만, 진짜로 캐릭터 본인이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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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나는 한숨부터 쉬었다.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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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쩔 수 없어. 정신 차리자, 나! 까닥 잘못하다간 바로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걸 잘 알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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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소설의 스토리를 떠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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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에라스는 북부대공의 영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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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라는 말에 알 수 있듯이, 그녀의 가문은 다른 국가와 맞닿아 있었고, 그 때문에 최강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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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게 문제였다. 다른 귀족들, 심지어 왕까지 그녀의 가문을 견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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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시밭길 위에서 착하게 지낸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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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 때문에 그녀는 성격이 날카롭게 되었고, 결국 악덕영애로 불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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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평범한 악덕영애물 클리셰다. 그런데 문제는, 엔딩 또한 똑같다는 점이었다. 결국 파멸로 끝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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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될 수는 없지. 나는 반드시 살아남을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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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친년이 되었다. 소문에 의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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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도 아니지. 악덕영애가 갑자기 착하게 행동하면 나라도 그렇게 생각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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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하인들까지 나를 개무시한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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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가 계속되니까 호구로 아나 보지? 다시 악덕영애로 돌아가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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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이러면 원작과 똑같아지는데… 나는 죽고 싶지 않은걸. 다른 해결책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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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스가 죽는 결정적 원인은 악덕영애질을 하다가 파견 나온 장군인 보리스와 사이가 틀어져, 그가 배신하게 되는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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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보리스와 사이만 좋아지면 만사 OK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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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야말로 만찢남 그 자체였기 때문에 그건 내 쪽에서 환영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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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이후로 보리스와 친해지기 위해 그야말로 별짓을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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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덕영애 폼을 유지하면서 누군가의 환심을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나는 결국 그것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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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와 그는 절친이다. 후우…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괜찮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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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리스의 낌새가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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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쿵이 이런 거던가? 나는 심장이 터져 나오는 것을 억지로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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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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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쳤다면 너에게 미친 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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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는 그러면서 나에게 입을 맞췄다. 나는 그가 그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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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새하얗다. 지금까지 치열하게 살아온 날들이 그 한순간, 모두 날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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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러고서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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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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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를 쏘아보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고양이처럼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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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결혼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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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가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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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력이 큰 가문의 장군이었고, 정략적으로도 결혼을 안 할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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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어느새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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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기 위해서 한 행동이 이렇게 된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나는 나의 삶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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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살아남았고, 그리고 행복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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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같이 느껴지지만, 그것이 운명이라고 불리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