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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고독(蠱毒),

우리는 주말을 원한다 2023. 12. 23. 00:02

‘의사가 되지 못하면 난 죽는다.’

나는 독기를 품고 수험생활을 해나갔다.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뭘 모르는 소리다.

대한민국에서 인간답게 살려면 의사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 밑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을 뿐이다.

물론, 나도 공부가 재밌어서 하는 것은 아니다. 실컷 놀고먹고 싶다.

하지만 본능적인 욕구만 좇는 것은 짐승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런 친구들이 있지만 적어도 나는 그래서는 안 된다.

금수저가 아닌 내가 성공하는 길은 공부밖에 없으니까.

나는 열심히 공부에 매진해서 결국 의대에 진학하는 데 성공했고, 지금은 그토록 바라던 의사가 되었다.

그래서 행복하냐고?

아니, 그렇지 않다.

그래봤자 결국 나는 사회가 만든 고독에서 살아남은 독충이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고독(蠱毒): 저주의 일종으로, 한 항아리에 독충들을 집어넣고 서로 싸우게 한 뒤, 마지막 살아남는 한 마리를 이용하여 상대에게 저주를 거는 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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