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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나에게 쓰는 편지

우리는 주말을 원한다 2023. 12. 23. 00:02

나의 세계는 네 칸 반이다. 이 좁은 공간만이 나의 유일한 안식처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아니, 나가고 싶지 않다.

그곳은 내가 상처 입는 세계다. 나는 더는 아프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이곳에서 특별히 뭔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생명 유지 활동을 제외하면, 나는 계속 잠을 잔다.

깨어 있을 때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나를 보고 죽으라고 말하는.

나는 그러고 싶지 않은데. 하지만 그 말을 듣다 보면 정말로 그래야 할 기분이 든다.

그래서 나는 창문을 볼 때마다 뛰어내리는 상상을 한다. 어차피 목숨 유지해봤자 쓸 데도 없으니.

그렇지만 그 일은 언제나 나의 머릿속에서만 벌어진다. 그 한 걸음 내디딜 용기가 없어서.

죽고 싶다...

그로부터 20년 후, 그동안 나에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나는 살아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의 나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아. 살아만 있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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