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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죽은 자의 발자국,

우리는 주말을 원한다 2023. 12. 22. 23:18

나는 클리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체처리부다.

온갖 사건에서 나온 작업물(우리는 시체를 그렇게 불렀다.)을 흔적도 없이 치우는 게 나의 일이었다.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사람들이 꺼리는 일인 만큼 페이가 세서 그럭저럭 할 만했다.

오늘 내가 맡은 일은 투신자살한 사람의 작업물이었다.

나는 파트너인 김 군과 함께 언제나처럼 그곳을 깨끗하게 치웠다.

나는 프로라서 보통은 작업물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오늘따라 내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나는 김 군을 툭툭 치며 말했다.

“그거 말이야, 그거.”

“그거라니?”

“신발 말이야.”

“신발?”

“어째서 투신자살할 때 신발을 벗고 뛰어내리는 거야?”

“글쎄...?”

“남의 집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굳이 신발을 벗을 이유가 있을까?”

나의 말에 김 군은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러다가 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아마도 자기가 이 세상에 살았던 발자국을 남기고 싶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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